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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깨우기 명상 후기 - 286기 수행후기 | 영체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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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깨우기 명상 후기


일반 286기 수행후기

해피데이즈 2018-04-21 14:26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수행 첫 날.
아침부터 아니 그 전 날 저녁부터 알 수 없는 짜증이 올라왔다.
표면적인 이유는 교통 안내가 제대로 고지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었다.
전주터미널에 도착하자 시외버스터미널로 다시 가야한다는 말을 듣고는 언성을 높이고 말았다. 
원지역에 도착하자 픽업차는 보이지 않고.. 도착하면 조목조목 항의하겠다고 굳게 결심하고 있던 차.
 
저쪽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남자분을 보고 굳은 얼굴로 다가갔다. 
그런데 짐을 대신 받아드는 그 분의 태도에 뭔가 툭 하고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별 말 없었지만 상당한 배려와 정성이 느껴졌다. 
기사님의 태도가 저 정도라면... 조금 마음이 누그러졌다. 
나중에 수행을 하고 계시는 분이라는 것을 마지막날에 알았지만 당시엔 고용된 기사인 줄 알았다. 
어쨌거나 보이지 않은 곳에서 수행적 태도를 잊지 않는 다는 것은 쉽지 않다. 자운선가의 본질을 신뢰하게 된 첫번째 계기이다.
 
두 번째는 식당에서 국을 떠 주는 분의 태도였다. 한 방울도 흘리지 않게 말끔히 떠서 조심스레 내미는 모습이 숙연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나는 한 번이라도 타인에게 저렇게 정성으로 국을 떠 준 적이 있었을까.
 
세 번째. 늘 들고다니던 텀블러가 보이지 않았다. 주방에서 혼자 일하고 계시던 분께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물었다. 
이런 경우 모르겠는데요 하면 끝이다. 그런데 모양을 자세히 묻고는 수배해 보겠다고 했다. 나는 이미 찾은 거나 다름없었다. 
 
이 모든게 교육받은 것인지 자발적인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구성원 모두에게서 면면히 우러나오는 그 무엇이 나에게 전해져 왔다는 것이다.내가 자운선가에 마음을 연 소소하지만 중요한 계기다.
 
수행 첫 날.
혜라님이 나에게 '마음을 못 쓰고 살았군' 하셨다.
마음을 쓰고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일까.
수행 내내 화두였다. 
지금은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삶을 풍부하게 하는 지도 매일 느끼고 있다. 
 
수행기간동안 힘드시죠 하고 묻는 분들이 많았지만 진심으로 힘들지 않았을 뿐더러 끝난 게 아쉬울 정도였다. 
수행기간동안 나와 함께 시간과 공간을 공유한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나와 한 방을 썼던 두 분도 기억에 남는다. 나에게 예기치 않게 용기를 주셨다. 굳이 연락처를 교환하지 않았다. 다시 만날 것을 알고 있기에.
 
매일 요가 한 시간
108배와 연단 20분 (30분은 아직... ㅠ ㅠ)
그리고 명상 45분을 지켜가고 있다.
빠진 날도 있지만 지키고 있는 날이 더 많다고 스스로 격려하고 있다.
 
자운선가로 가는 길에 피었던 벚꽃, 비가 그친 지리산 자락의 안개, 마지막날 아낌없이 내리쬐던 4월의 봄 햇살.
내 몸에 또렷이 기억되어 있다. 
언제든 다시 볼 수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늘 따뜻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