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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스테이 후기 - 또다시 일상, 그리고 두려움 | 영체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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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기적이 일상이 되는 영체마을

행복 스테이 후기


또다시 일상, 그리고 두려움

조회 117

황당불패 2019-08-19 00:00

황천길을 가본 적은 없지만 마치 죽으러 가는 심정으로 들어가게 된 행복스테이

정규 프로그램을 마치고 퇴소하는 도반들은 죄다 부럽다고 말하는데 나만 이토록 심각한 건 왜일까? 담배를 참아야 해서일까? 죽어나갈 그놈들이 발작을 하는 걸까? 속이 울렁거리다 못해 어질어질, 아무도 없는 원각홀에 들어가 잠을 청해 본다.

미친놈 하나가 올라와 미치도록 소리내어 울어본다. 수치스러운 놈이 올라와 철퇴로 마구 후려갈겨 본다.

원각홀 문을 열고 나오자 얌전히 앉아 기다리고 있던 순돌이가 지그시 올려다 본다. 사람들은 가고 나는 버려졌고 개와 나만 남았다. 제법 운치 있는 정경이다.

 

그렇게 시작된 한달.

도대체 난 여기서 뭘 해야 하는 걸까.

 

다음날 아침.

언덕 너머의 댐까지 다녀오란다. 군대와 흡사한 것이었다. 잘 할 필요가 없고 적당히 하는 것이 상책이렸다. 마음속으로 군가를 부르며 심장의 적당한 부하를 느끼며 달렸다. 상쾌했다.

 

몇차례의 수행 경험에서도 느낀 거지만 밥이 깨끗하다. 어떻게 요리를 하면 음식이 깨끗할 수가 있는 걸까. 놀라울 따름이다밥을 먹으면 언제고 녀석이 올라온다. 손고락을 V자 모양으로 만들어 연거푸 입술에 대어본다. 한심하다.

'담배피는 OO, 그동안 고마웠어. 네가 있어서 그동안 외롭지 않게 살 수 있었어. 정말 고마워'

주문을 외우자 흡연욕이 조금은 가라앉는다. 신기하다. 잘하면 한달을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몇몇 도반들과 둘러앉아 소통을 한다. 어색하다. 유치하다. 적당히 웃어 보이는 것이 적절하리라.

 

또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소리를 지른다.

 

이 짓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걸까. 내 꾀꼬리 같은 목소리는 과연 돌아올 수 있을까.

 

밤이 깊다. 일기를 쓸까. 몇 자 적어본다. 고상을 떠는 녀석이 올라온다. 일기장을 덮는다.

 

 

극기 프로그램이다. 30여 킬로를 걷자고 한다. 한 도반이 무지 잘 걷는다. 독한 놈.

걷고 또 걷다 보니 풍경이 기가 막히다. 독한 놈이 환호성을 내지른다

" 멋지다!!"

 

괜히 나도 '야호'가 하고 싶어진다. 근데 내 삶에 크게 '야호'를 외쳐 본 적이 있었나?

소심하게 '야호'를 외쳐본다. 이게 아니다. 몇 번 더 해 본다.

나는 야호를 못하는 아이다. 심각해진다. 독한 놈과 달리기 시합을 한다. 졌다.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밥은 맛있고 바람은 선선하다. 이곳이 지상 낙원이로구나.

흘러가는 구름을 보며 유쾌한 망상을 떤다.

 

 

과묵한 나는 온데간데 없고 몇 안되는 도반에게 연설을 하고 돌아다니는 내가 있다.

말을 삼가려 해도 머리보다 입이 앞선다지적을 받는다에고한테 먹이를 주지 말란다

, 말려죽여도 시원찮을 판에 에고를 살찌우고 있었다니.

 

삐진 채로 며칠이 흐른다. 그러는 와중 누군가가 굉장히 밉다.

이상하다. 나한테 조금도 잘못한 게 없는데 왜 저리 미울까. 진짜 개밉다. 근데 낯설지가 않다.

 

 

XX년아, 에라이 XX 

시원하게 싸지르고 나자, 그 모습이 나로 보인다.

 

또 한 번의 정규 수행 프로그램이 지나고 나는  소리를 지르고, 졸고, 굉장히 심각하다.

수행이 깊어가기는 커녕 멍 때리는 시간이 잦다.

 

여전히 누군가는 밉고, 내 안의 미움은 모르겠다. 열심히 행주질을 하고 설거지도 한다.

 

누군가 칭찬을 한다. 그 칭찬을 거절하지 않고 감사하다고 말하는 이상한 내가 있다.

 

해가 뜨면 달리고, 대북 소리 울리면 개다리춤을 춘다. 호수 저 멀리 바라보며 야호를 한다.

 

호쾌함과는 거리가 먼 그것은 찌질한 절규에 가깝다. 슬프다.

 

 

긴장의 분위기가 흐른다. 지리산 종주다앞선 도반이 매우 힘들어 한다. 나도 힘들다.

 

몸을 움직이기가 너무 싫다. 항상 그러하다. 돌이켜보니 누워서 산 세월이 반은 되는 듯 싶다.

 

몇 명을 등에 업고 걷는 기분이다. 우리 식구를 업고 살아온 아빠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괜히 짠하다.

 

 

 

퇴소가 얼마 남지 않았다

도반들이 돌아가며 앞에 나아가 자기 자랑 세 가지씩을 늘어놓는다. 나는 나가질 못한다. 도무지 세 가지가 떠오르지 않는다.

침울하다. 산에 오르며이 못난 놈을 수없이 외치자 속이 시원해진다.

 

갑자기 어깨가 아프다. 곡괭이를 든 누군가 여럿이서 팔을 뽑아내고 있다. 알 수 없다.

묵은 일기장을 펼쳐본다. 나를 위로한답시고 쓴 편지와 혼잣말들이 온통 미움 뿐이다.

 

하산할 날이 코앞인데 나는 아직 내 미움 하나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 정규 프로그램을 기해 다 내려놓는. 에라이. 온갖 놈들이 올라와 나를 약올린다.

 

 

호수에 간다. 야호!

야호, 야호, 야호, 웅숭깊은 메아리가 겹겹이 밀려온다. 저 놈이 수치일까, 저 놈이 집착일까, 저 놈이 미움일까. 호방한 아이는 어디에도 없다.

 

한달이 이렇게 갔구나.

 

일상으로 복귀해야 한다. 두렵다. 뭐가 달라졌을까. 나는 얼마나 닦았을까. 또 얼마나 닦아야 할까.

너무 무섭다. 항상 나를 가로막고 끌어내리는 나에게 또 당할까 겁이 난다

 

누군가 위로해 준다. 그래도 이제 너 자신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을 손에 쥐게 되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감사하다. 온통 미움으로 살았는데 아직까지 나를 아껴주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용기내어 살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