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인 2020-10-28 23:23
어릴 적 나는 여자로 태어난 게 한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내가 남자로만 태어났다면 못할 게 없을 것 같은 그래서 남자가 부러운 마음이었습니다.
남자 못지 않게 잘 할려고 남자에게 지지 않을려고 여자를 버리고 열심히 살아온 삶이었습니다.
내 삶 속 경험정보에선 여자라고 크게 차별당했다거나 학대당했다거나 그런 게 없었는데
마음은 왜 그렇게 힘들고 괴롭고 허무하고 죽고 싶고 열등하고 기죽고 눈치보고 쫄아 살았는지 의문이었고
이런 게 싫어서 아닌 척 괜찮은 척 밝은 척 착한 척 당당한 척 잘난 척을 하며 가식을 쓰고 살았지만
남모르는 나만의 내면의 고통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천도재를 통해 여자라서 겪는 모든 아픈 마음들을 만나보고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가장 떠오르는 단어는 남존여비! 그래서 위패 5장씩 쓸 수 있는 복을 받아 마음들을 적어보았습니다.
남존여비를 수치주는 마음, 가난해서 못배운 아픈 마음, 장애자의 아픈 마음, 꿈을 못이루고 단명한 아픈 마음들
내 마음에서 모두가 여자라서 느끼는 마음들이었습니다.
조상 천도제가 시작되었습니다.
다 빼앗긴 여자, 버림받은 여자, 남자의 하녀로 산 열등한 여자,
남자한테 학대당한 여자 등등의 아픈 마음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알고 있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은 수치가 올라와 저항감이 올라왔습니다.
너무 아파서 아픈 마음 다 버리고 일만 하고 살아서 온 몸이 골병이라고 하시며
혜라엄마의 마음의 칼로 아프게 맞고 몸에 기혈 뚫어주고 사랑 주셔서
아픔 인정하고 느끼고 그리고 조상님 전에 술 한잔 올리고 절하고 음복주도 마시며 천도재가 진행되는 중
갑자기 혜라님이 여자조상님 한 분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왕비의 총애를 받은 최측근의 상궁으로 삶을 살다가 고관대작들의 모함을 받아 죽임당한 조상님이 계셨답니다.
그 마음때문에 여자는 잘나면 죽임당한다는 두려움이 있어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감추고 참고 살아온 내 삶이 이해됐고
그만큼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강해서 춤수행 진행도 하고 있다고 말씀해 주시니
내 삶이 아픈 이유를 알게 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구체적으로 그려집니다.
우리의 아픈 마음 인정하기 천도재는 세상에서 볼 수 없는 천도재입니다.
바다 속같이 깊고 넓은 무의식 세계를 마음으로 다 보신 혜라님께서
인간계와 조상계를 넘나들면서 아픈 마음을 느껴주시니
이해받은 조상님들은 자손들에게 선물까지 주고 가시는 등
천도재를 보는 내내 눈물과 감동과 웃음과 기쁨이었습니다.
또한 가족같은 마스터님들을 가슴으로 더 이해하게 되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혜라님!
온 몸을 다 바쳐서 온 마음을 다 바쳐서 사랑으로 저희를 깨워 주시는 크신 은혜에
목숨 바쳐 결초보은 하겠습니다.